[판결] “27년 부양한 대가로 받은 2억…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서 제외”
“개정 민법 적용해 다시 판단”
피상속인을 장기 부양한 대가로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24년 4월 헌법재판소가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상속이 해당 헌재 결정 이전에 개시됐더라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관련 소송이 법원에서 진행 중이었다면 위헌성을 해소한 개정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24년 4월 상속재산을 나눌 때는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공동상속인의 기여분을 인정하면서도, 유류분을 계산할 때는 이를 반영할 수 없도록 한 구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26년 3월 17일 개정된 민법은 장기간 부양이나 재산 유지·증가에 대한 보상으로 이뤄진 증여·유증을 기여한 범위 내에서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오석준대법관)는 5월 20일 피상속인의 딸 A 씨가,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또 다른 딸 B 씨(소송대리인황현호변호사)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2026다200648)에서 원심 판결 중 B 씨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관계]
A 씨와 B 씨는 피상속인의 딸로 공동상속인이다. 2022년 11월 사망한 피상속인은 2016년 11월 B 씨에게 약 2억 원을 증여했다.
A 씨는 B 씨가 생전에 받은 돈을 미리 상속받은 재산으로 보고, 이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해 자신의 부족한 몫을 반환하라며 2023년 소송을 냈다. B 씨는 자신이 피상속인을 27년간 부양하면서 요양병원비와 휴대전화 요금 등을 부담하는 등 망인의 생활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피상속인에게서 받은 돈은 단순한 증여가 아니라, 장기간 부양하고 기여한 데 대한 대가이므로 유류분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급심 판단]
1,2심은 A 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B 씨가 망인으로부터 생전에 받은 돈은 특별수익에 해당하므로 유류분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이 사건에는 위헌성을 해소한 개정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한 것은 유류분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여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상태를 개선입법 시행 때까지 계속 유지하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서 재판 중이던 사건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 이러한 사건이 개정 민법 부칙에서 정한 경과조치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구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이 사건은 피상속인이 헌법불합치 결정 전인 2022년 11월 19일 사망했지만,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서 재판 중이던 사건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는 신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구법 조항이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B 씨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에 증여받은 돈을 특별수익으로 보고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했다.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